요즘 들어 '사회정서학습(SEL)'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절 초등학교를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 교실에서 학습하지 못한 세대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예전과는 다른 발달양상에 '사회정서학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하다못해 각종 영상에서도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정서학습이란 무엇이고,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사회정서학습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러한 궁금증에 이번 글에서는 사회정서학습에 대해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부분, 그래서 여러분도 궁금하실 부분에 대해서 학부모의 입장에서 정리하여 드리겠습니다.
마스크 세대가 남긴 숙제, 왜 지금 SEL인가
2026년 현재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코로나 19 팬데믹이 겹쳐 등교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습니다. 이후 학교에 등교하였을 때에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책상에 칸막이가 설치된 체로 생활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이 놓친 것은 교과 지식만이 아닙니다. 친구의 표정을 읽고, 몸짓을 이해하고, 작은 다툼 속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 즉 비언어적 소통 능력의 기초가 통째로 비어버렸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이 전반적으로 하락하였으며, 이는 학업성취도 저하와 교실 내 갈등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저는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그리 놀랍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가리고 긴 시간을 보냈는데, 관계 능력이 온전히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교육부는 2024년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SEL, 즉 사회정서학습을 초·중·고 전반에 본격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SEL(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면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실질적인 삶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교육 과정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도덕 교육과는 결이 다릅니다.
또한 2026년부터는 전 학교적 차원에서 접근(Whole-school approach)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Whole-school approach란 SEL을 상담실이나 특정 교과 한 귀퉁이에 두는 것이 아니라, 아침 정서 체크인부터 수업 방식, 생활 지도 전반에 걸쳐 학교 문화 자체로 녹여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학생들이 매일 아침 자신의 감정 상태를 기록하면 교사가 이를 바탕으로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파악합니다. 처벌 중심의 징계 대신 회복적 생활 교육을 통해 갈등 당사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관계를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하는 것도 이 흐름의 일환입니다.
사회정서학습의 개념과 한국형 SEL의 핵심 역량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미국에서 과거에 학생들의 정서적 위기(우울, 불안)와 사회적 문제(폭력, 마약)에 대응하기 위하여 도입된 '마음 교육'을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하고 있는 교육입니다. 2003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처음 체계화 하였고, 이를 우리나라 환경과 문화에 맞게 변형하여 수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에 사회적 관계가 차단된 체로 성장한 아이들의 정서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2024년 교육부의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초, 중, 고 전반에 걸쳐 사회정서 학습이 본격적으로 확대, 도입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 정립한 SEL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전 세계 사회정서교육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CASEL 프레임워크란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대인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역량 체계를 말하며, 각 역량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인적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출처: CASEL).
한국은 이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대신 우리 교육 문화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자기, 관계, 공동체, 마음건강의 4가지 영역에 자기 인식, 자기관리, 관계인식, 관계관리, 공동체 가치의 인식 및 관리, 정신건강 인식 및 관리의 6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합니다. 아래 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4가지 영역, 6가지 핵심역량 및 구성요인"(출처 : 한국형 사회정서성장지원 모델 마련 연구(2024))을 참고해주세요. 먼저, '자기' 영역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인식하는 자기인식과 스트레스 및 정서를 조절하는 자기관리를 포함합니다. '관계' 영역은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관계인식과 의사소통 및 갈등 해결을 다루는 관계관리가 핵심입니다. '공동체' 영역은 소속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정당하지 않은 압력에 대응하고 방관자가 되지 않는 실천적 가치를 강조합니다. '마음건강' 영역은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해 및 자살 예방, 그리고 적절한 도움 요청 능력을 다룹니다. 이러한 영역들은 학생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쌓고,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서적 자양분이 됩니다.

저는 이 목록을 처음 보았을 때 '자기인식' 첫 번째 단계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순서인데, 정작 저는 수십 년을 살면서 이것부터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배웠고, 속으로 꾹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습니다.
그 결과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을지 몰라도, 제 감정이 내면에 축적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속마음을 쉽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갈등 상황이 생기면 부딪히기보다 회피하는 쪽을 선택했고, 그러다 보니 관계가 깊어지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내 감정을 무시하는 습관은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어졌고, 선택의 순간마다 타인의 기대를 의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교실과 가정에서 SEL을 실제로 적용하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SEL을 교과 전반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국어 수업에서는 문학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에 감정을 이입하는 정서적 문해력을 키우고, 도덕 수업에서는 갈등 해결 기술을 실제로 연습합니다. 체육이나 예술 활동도 단순한 기능 교육이 아니라 협동과 정서 조절 능력을 기르는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1학년 입학 초기와 6학년 졸업 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진로연계교육 기간은 SEL이 가장 밀도 높게 적용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나-전달법을 익히고,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이름 붙이는 정서 명명하기 활동을 합니다. 여기서 나-전달법이란 "네가 나를 화나게 했어"처럼 상대를 주어로 비난하는 대신 "나는 그 상황에서 서운했어"처럼 자신의 감정을 주어로 표현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말 한마디의 구조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직접 사용하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SEL이 학교 안에서 완결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반드시 가정 연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데, 학교에서 아무리 배워도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는 반응을 보이면, 그런 아이에게는 학습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학교에서 정서 명명하기를 배워도, 집에서 "울지 마", "그게 뭐가 힘들어"라는 말이 반복되면 배운 것이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 세대 부모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 교육과 가정 연계 프로그램이 함께 설계되어야 SEL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정리
사회정서학습은 코로나19 이후에야 주목받았지만, 이것이 꼭 팬데믹 때문에 필요해진 교육은 아닙니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되는 능력은 어느 시대에도 필요한 삶의 기초입니다. 지금 학교가 그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면, 가정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아이가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저녁 대화 한 번이 어쩌면 가장 강력한 SEL 실천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CASEL (2025). What is the Casel Framework?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대한민국 교육부 (2022).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한국교육개발원 (2024). 포스트 팬데믹 시대 학생의 사회·정서 역량 실태 분석 연구.
서울특별시교육청 (2026). 초등학교 사회정서학습(SEL) 실천 가이드북.
한국사회정서발달교육협회(2024). 한국형 사회정서성장지원 모델 마련 연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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